동강에서

이경남
  • 1305
  • 2019-09-11 08:19:29
동강에서
-이경남

평택에서 안성 충주를 지나
제천에 이르면
이내 영월로 들어선다
해발 1200의 산맥들이 이어지고
그 계곡 사이 동강이 흐르며
절경을 만든다
래프팅은 문산 나루터에서 시작해
지금은 노루목과 어라연을 지나는데
좌우 기암절벽과
우뚝 솟은 고봉들이
숭엄한 기품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인근 청령포에는
사뭇 다른 역사가 담겨 있다
권력욕에 불타던 수양은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이 심산유곡에 유배
사약까지 내리는데
이제 겨우 열일곱의 소년은 끝내 거절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임금을 유배하며 이곳 어느 강가에 앉아
강물과 함께 울었다는 의금부도사 왕방연은
이제는 사약까지 전하는 악역을 맡으면서
방성대굑으로 용서를 빌었단다
아직도 태고의 순결을 간직한채
우리들의 마음에 이토록 깊은
감동을 주는 동강에
이런 처절하고 비루한 인간사의 흔적 또한
남아 있는 것은 너무 비애스런 일이다
이런 슬픈 사연을 가슴에 품고
동강 맑은 물은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있다

2019.9.9.월요일 동강을 따라 흘러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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