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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찬가
이경남
- 1181
- 2019-09-23 20:45:57
-이경남
우리들의 도시는 고독하지 않다
도시는 늘 굉음으로 진동하고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며 잠들줄을 모른다
이런 도시의 소요를 피해
다시 밤의 적막과 고독이그리울 때
나는 오지의 어둠을 찾아 나선다
안성을 지나 진천으로 고개를 넘다보면
제법 험한 산악과 삼림이 나오고
비로소 불빛 한점 없는
밤의 어둠으로 들어선다
물론 보름을 넘어야 한다는 파촉령이나
하다못해 미시령 한계령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또 사람의 발길 조차 끊긴 심야의 호숫가나
인근 수양관의 야외 데크를 찾아
어둠 속에 잠기기도 하는데
이런 밤의 흑암은 내 영혼에 깊은 안식을 준다
한때 밤은 우리에게
통행조차 금지된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되려 밤의 친근함과 위대함을 발견한다
아직도 부엉이 소쩍새 우는 적막과 고독뿐 아니라
우리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억조 별빛들의 세례
이 경이로운 신비 속에서
나는 밤을 사랑하고 흠모하게 된다
우리들의 신도
이 밤의 어둠과 혼돈 속에서
아침의 찬란한 광명과 질서를 창조하셨다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날이니라(창1:5)"
2019.9.23. 밤 늦게 고삼호수에서 돌아와 월요일 아침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