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언사(言寺)

함창석
  • 1245
  • 2019-09-22 05:59:57
언사(言寺)

산돌 함창석 장로

시는 음을 나타내는 寺(사→시)와 자신의 감정을 말(言)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뜻이 합해 「시(詩)」를 뜻한다. 言은 말을 마음대로 하거나 써 놓거나 하는 노래를 뜻하고, 음을 나타내는 寺(사ㆍ시)는 일을 진행시키다, 또 사람을 멈추어 두는 일을 말함이다. ‘시’는 글로 남기지만 말로 읊조리기도 했으니 言자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사찰에서는 불경을 읽곤한다. 이때는 운율에 맞춰 불경을 읽는데, 寺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사찰(寺)에서 불경을 읊는 소리를 ‘시’에 비유해 만들어진 글자로 본다.

寺(사)는 일정한 법도(寸)에 따라 토지(土)를 관리하는 곳이라는 뜻이 합하였으며 「절, 관청, 마을」을 뜻한다. 처음에는 寺를 여러 가지 뜻으로 썼으나 외국에서 온 사람을 접대하는 관공서도 寺(사)라 하였기에 불교의 절의 뜻으로 寺(사)를 쓰게 되었다. 寺자는 土(흙 토)자와 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寺자를 보면 止(발 지)자와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손으로 발을 받드는 이미지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받든다는 것은 높으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이다.

시는 문학의 한 부문이다. 풍경ㆍ인사 따위 일체의 사물에 관해 일어난 감흥, 상상 따위를 일종의 리듬을 갖는 형식에 의해 서술한 것, 압운ㆍ운율ㆍ자수 따위의 율격이 있는 것과 산문적인 것이 있고 또 서사시ㆍ서정시ㆍ극시 따위로 나눈다. 성서중의 시편의 글을 말한다. 한국어로 보통 시라고 할 때에는 그 형식적 측면을 주로 가리켜 문학의 한 장르로서 시작품(詩作品:poem)을 말할 경우와, 그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동의 내실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정내지 시적 요소(詩的要素:poetry)를 말할 경우가 있다.

전자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리듬·하모니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의한 이미지·시각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고 또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깊은 감명을 던져주는 목적에, 거기에서는 언어의 정동적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언어의 배열과 구성이 요구된다. 후자는 시작품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으로부터 미술 ·음악 ·영화 ·건축 등의 예술작품, 더 넓혀서 자연이나 인사(人事)·사회현상 속까지 그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시와 산문과의 차이를 말할 때의 시란, 일정한 울림·리듬·하모니를 가진 운문(韻文)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시작품을 성립시키는 각 시구(詩句)를 가리킨다. 프랑스 시인 발레리는 시와 산문과의 차이를 말함에 있어서 전자를 무용에, 후자를 보행에 비유하고, 산문은 보행과 같이 명확한 하나의 대상을 가지고 어떤 대상을 향한 한 행위로서 그 대상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시는 무용과 같이 그것도 행위의 한 체계이기는 하지만 도리어 그 행위 자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였다.

시에 쓰이는 언어, 시적 언어는 산문에 쓰이는 언어가 이른바 의미기호서의 언어, 전달을 첫째 목표로 하고 있는 실용적인 언어인 데 비해, 독자 속에 있는 어떤 감동 상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쓰이는 언어, 즉 감화적 ·정동적인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언어인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가 대하고 있는 시에 쓰이는 언어는 반드시 의미 전달의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적 언어의 본질은 그런 데에 있으며 이런 사고를 밀고 나갈 때 소위 순수시의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미개인에게 있어서도 이와 같아서 희로애락의 감정은 춤이나 소박한 노래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오늘날의 춤의 기원과 더불어 시의 기원을 거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단계에서 한걸음 나아가 생산 노동에 수반하여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적으로 불리어진 노동가요나 언어의 초자연적인 힘을 믿는 고대 신앙과 결부되어 욕망이나 기대의 실현을 바라는 주문으로서의 기도가(祈禱歌)의 단계를 지나 그 자체로서 양식을 완성하려는 자각이 생김으로써 문학으로서의 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동굴벽화에서 오늘날의 미술이 탄생한 과정과도 걸 맞는 것이다. 동시에 시의 이와 같은 발생의 역사는 오늘날의 시의 본질적 성격까지도 얼마만큼 규정하고 있고, 훌륭한 시는 인간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각성된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충동이나 소망을 표면에 끌어내어 일종의 심리적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작용이 인정된다. 반복이나 압운·직유·암유·우유 등, 소위 시의 기법도 독자의 의식세계를 흔들어, 잠자고 있는 기억이나 소망을 불러 깨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도 좋다.

서정시는 개인의 내적 감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근대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영어의 lyric poem이나 프랑스어의 poéme lyrique는 본시 lyre(七絃琴)에 맞추어 노래 불렀던 데서 온 호칭이다. 서사시는 민족 ·국가의 역사나 영웅의 사적(事蹟)과 사건을 따라가며 소설적으로 기술하는 것인데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프랑스의 《롤랑의 노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극시는 극형식을 취한 운문 내지 운문에 의한 극을 말하는데 셰익스피어, 코르네유, 라신, 괴테 등의 희곡이 이에 해당한다.

운문인 시에는 그 밖에 흔히 행(行)을 나눠서 쓰는 시와 대조되는 것으로 산문의 형식을 취하면서 그 속에 시적 감명(詩的感銘)을 담은 산문시(prose poem)가 있는데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로트레아몽의 《마르도롤의 노래》,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등이 유명하다. 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어를 배열·구성하는 정형시(定型詩)가 있는가 하면 그와 같은 형식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자유시(自由詩)가 있으며 또한 그 내용에 따라 생활시·사상시·연애시·종교시·풍자시·전쟁시·동시 등의 호칭도 쓰여 지고 있다.

헤겔에 따르면 광의로 시는 산문에 대립하고 문예 전반과 대응한다. 시는 이중의 의미에서 예술들의 최고위에 있으며 그것들을 통합한다. 첫째로 그것은 건축, 조각, 회화 등의 조형예술들과 음악의 양극을 좀 더 고차적인 단계에서, 즉 정신적 내면성 그 자체의 영역에서 통합한다. 둘째로 그것은 상징예술(건축), 고전적 예술(조각)보다 고차적인 단계의 예술 장르로서 회화, 음악과 더불어, 그리고 동시에 이 양자를 통합하면서 낭만적 예술의 최후의 부문을 형성한다. 즉 생명의 충일감(充溢感)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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