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경남
  • 1189
  • 2019-09-21 20:38:27
심장
-이경남

서울대를 나온 양호는 우리 나라 핵 무슨 협회 회장을 지냈다
원섭이는 대령으로 예편하고 이제 쉬고 있고
6학년2반 반장 용구는 교장에서 은퇴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길훈이 종남이는 벌써 죽었고
골초 정주도 결국 폐기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동창회에 나가보면 아직 밤톨같은 필구 하나를 빼고는 다 할아버지 냄새가 폴폴 난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철부지다
지금도 베토벤의 황제를 들으면 가슴이 뛰고
쇼팽의 이별곡을 들으면 마음이 저려온다
학창 시절 워즈워드의 틴턴 사원을 읽으며 강가를 찾던
그 심정으르 여전히 산과 들 강과 호수를 배회하며 산다
매년 겨울 승리 전망대에 올라 눈 덮힌 오성산 산하를 바라보며
가슴을 앓는 것도 박봉우의 휴전선 때문이고
공주 웅진대교를 지나면 신동엽의 금강이 생각나 감정이 복받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의 꿈도 열정도 다 식어
누구에겐 산다는게 일장춘몽처럼 덧없는 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인생은 아직도 다 이루지 못한 꿈이고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이고 해야할 일이 남아있는 소명이다
언젠가 내 육체도 영혼도 그 힘을 잃어 쇠잔하고 퇴락하는 종말의 순간이 찾아 올지라도
아직 내 육체는 강건하고
내 마음과 영혼에는 끓어 오르는 열정과 소명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래 나는 지금도 이렇게 기도한다

내 심장을 이대로 두소서!

2019.9.21.토요일 오전 아산호를 바라보며 창룡리 들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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