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억새

이경남
  • 1180
  • 2019-10-12 02:51:11
갈대와 억새
-이경남


가을 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피며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갈대와 억새는 비숫하면서도
아주 다르다
갈대는 마디 식물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라나다
줄기의 정상에서 갈색의 꽃을 피우고
이내 그 줄기도 잎새도 누렇게 변해가며
그 일생을 마감한다
반면 억새는 그저 풀잎으로만 자라는데
그 풀잎은 억세고
잎날은 칼처럼 날카로워
이름조차 억새가 되었다
그러나 이 억센 풀잎도
한여름의 폭염이 지나고
가을의 찬 바람이나
서리를 맞으며
서서히 변해간다
그 거칠고 억센 잎은 붉게 물들며
비단처럼 부드러워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줄기의 끝에
하얗게 꽃을 피우며
그 일생을 마감한다
갈대와 억새
목련이나 벗꽃처럼 화려하거나
장미처럼 매혹적이거나
아니면 수선화처럼 우아하지도 않은
이 소박한 꽃들이
그러나 이제 텅 비어가는
가을 들녘을 외로이 지키며
이렇게 처연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2019.1`0.11.새벽 강변을 걸으며

이전 박영규 2019-10-12 설교-목회 동반자 축복/10월13일주/강단초록/사회복지주.
다음 김정효 2019-10-12 드디어 윤석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