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장 표명이나 감리회 정책과 관계되지 않은 내용 등 "감리회 소식"과 거리가 먼 내용은 바로 삭제됩니다.
생명을 위한 서시
이경남
- 1123
- 2019-10-18 23:13:01
-이경남
나는 한참 24살의 청년이지만
내 인생은 생명이 아닌 죽음에 놓여 있다
만신창이로 찢긴 육체는 쇠잔하고
내 영혼도 지쳐 쓰러져 있다
그 어떤 삶에의 의지도
열정의 불도 꺼져 버린채
죽어 썩어가고 있다
나는 이런 절망 속에서
생명을 구하며
내 삶의 소생을 찾는다
이 차고 신선한 대기와
아침 안개에 묻힌 죽엽산
그 위 빛나는 설봉들과
저토록 푸르고 순한 하늘에는
숭고한 영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다 식어버린 혈관과
말라 비틀어진 힘줄에도
다시금 피가 돌고
힘이 돋고
가슴으론 신성한 충동으로 다시 뛰는 삶을 찾는다
혹한의 추위를 뚫고
마른 가지에 맺힌 꽃망울은
차고 어둔 동토 속에서도
여전히 나무가 살아 있음을
그 속 꿈틀거리는 생명의 힘을 보여준다
이 치열한 생명력이
죽음을 이기고 마침내
찬란히 꽃으로 피어나듯
죽은 영혼,지쳐버린 내 청춘이
비록 혹한의 추위와 칠흑의 어둠에도
우리가 산다는 것
사랑하고 꿈을 꾸고
때론 넘어지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삶의 역동
그 고통과 황홀이
생명의 경탄과 환희가
무기력과 무감각을 몰아내고
이 절망과 죽음의 세력에 맞서
살아있다는 것의 충만함으로 채워지는 그런 삶을 꿈꾼다
사람이 무어라 변명을 할지라도
우리의 삶은 온통 부끄러움뿐인 것이
우리 인생의 실상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매일 주어지는 내 인생을
순결한 열정으로
힘을 다하는 노고로
순수한 기쁨으로
고뇌가 있는 비젼으로
겸허한 믿음으로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가득 가득 채워지게 하라
내 삶이 다시 살아나게 하라
*1982년 2월 16일 9개월 간의 병상 생활을 마치고 부대 복귀하여 전역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지친 가운데 내 삶의 소생을 바라며 썼던 글이다 근 40년 전의 일이다 지난주 전민연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지난날이 생각나서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