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와 동거

최천호
  • 1286
  • 2019-11-01 06:27:28
건우와 동거

섬마을에 사는 아기처럼 엄마가 출근하여
할머니 할아버지 세 식구가 되었다.
네 시간마다 분유를 먹고, 배설하고
배부르면 기분 좋게 발차기하며 잘 놀고
잠들 때면 손을 빨며 칭얼대는 보통 아이

몸 구석구석 꽃처럼 향긋하여
숨을 크게 들이쉬어 냄새를 밭아본다
너는 향기로운 사람이다.

두 손을 굳게 쥐고 있어
나의 손가락을 꼭 쥐고 당기는 힘이 대단하다
할아버지가 네 몸을 감싸고 있는데 불안하니?
가끔 하나님께서 품고 계심을 잊는 나의 모습인가
인간은 우주에 던져진 불안한 존재?
손을 펴고 곤히 잠든 천사

미래에 대한 고민, 존재에 관한 물음이니?
가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한숨을 쉬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 편이 이렇게 많다
하늘 아버지께서도

세상 근심 없이 기쁜 일이 그리 많니?
눈만 마주쳐도 방긋방긋 웃네
그렇게 웃음을 나누어라
네가 웃으니 나는 춤을 춘다.

모든 사물은 신기한 선생이지
검은 눈망울, 작고 고운 눈으로 오랫동안 바라보네
깊은 눈동자로 우주를 보거라
아름답게 보이는 세상은 다 네 것이다.

벌거벗고 시원하게 배설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부끄럽지 않지
그래 그렇지 너는 나의 자녀이다.

짧고 통통한 손가락 내 손과 같네
사람들이 할아비를 닮았다 하니
네가 주는 선물은 행복이다.

2019년 10월 20일부터 11월 3일까지 동거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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