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와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김문상
  • 2031
  • 2019-11-07 09:56:13
안녕하세요. 김문상 목사입니다.

오늘도 아내는 갑작스런 뇌출혈로인한 6번의 뇌수술과 오랜시간 투병으로인한 후유증으로 잠들지 못합니다. 결국 인지조차없는 아내에게 정신과약을 한계치까지 먹인뒤에야 언제 깰지 모르는 선잠이 듭니다. 그리고 저도 그제야 짬이나 겨우 글을 씁니다. 12시 15분이네요... 오늘밤엔 또 약효가 얼마나 갈지...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떻게하는 것이 아내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요? 

대학병원 외래를 4군데 다녀옵니다.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그중 재활의학과 담당교수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아이들이나 제가 정상적인 삶을 살려면 아내를 서둘러 요양원이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고... 안 그러면 다같이 죽는다고 그러더군요. 얼마전에 자신의 환자중에도 보호자가 오랜 간병끝에 결국 환자와 같이 자살했다고...

근데, 저는 아직도 아내를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되있나봅니다. 그냥 아내를 보고있으면 하염없이 눈물만 나오니 말입니다. 인지가 없어서 자신이 무슨 행둥을 하고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누구에게 맡길수 있을까요? 

아내는...
배설해놓은 자신의 대변을 양손 가득 움켜쥐고 얼굴이며 몸에 죄다 문질러대는 사람입니다. 다리며 목이며 얼굴을 손톱으로 죄다 끓고 후벼파서 시트를 온통 피로 얼룩지게 만들고도, 다음날이면 똑같은 곳을 또 후벼파는 사람입니다. 침을 흘려서 손목에 묶어준 손수건을 물어뜯어서 입안 가득, 기도가 막힐지도 모르는데도 질겅질겅 씹는 사람입니다. 헛구역질을 해서 입안 가득 토사물이 차있는데도 입을 안벌리려고 기어이 꿀꺽굴꺽 삼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어디다, 누구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맡긴다고해도 이런 사람을 맡겨놓고 제가 어떻게 편안히 먹고, 쉬며, 홀로 잠들수가 있겠습니까...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이를 갈아대고, 악을쓰고 소리를질러대고, 온 몸을 비틀며 몸부림을 쳐대는 이 사람을... 어디로 보내야하고, 누구에게 맡겨야 합니까? 다른 환자들에게 항의가 들어온다고 재활병원에서 입원장조차 내주려 하지않는 이런 사람을 누가 돌봐주겠습니까... 아내를 꼭 끌어안은 체 그저 기도할뿐입니다. 하나님 제가 어찌해야 하냐고 그저 눈물로 기도할뿐입니다.

1년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참 답답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어디가서 소리라도 마음껏 지르고 싶습니다. 기도원에가서 죽기살기로 하나님 앞에 매날려보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에게 허락된 현실은 그저 아내의 곁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어디에도 보낼수도, 마땅히 받아줄 곳도, 돌봐줄 사람도 없는 사람... 

왜... 제 아내가 이런 가슴 아프고 슬픈 처지가 되었을까요? 그저 묵묵히 사모로써 하나님을위해 빛도없이 소리없이 열심히 헌신하며 살아왔는데... 오늘도 아내 옆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사도신경을외우고, 교독문을 읽고,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합니다. 찬송을 부르며 복받치던 감정이 기어이 기도하며 눈물로 쏟아집니다. 하나님 어찌해야 합니까? 사랑하는 아내를 회복시켜주세요. 우리 아이들 좀 살려주세요. 저도 살려주세요. 그저 하나님 앞에 불쌍히 여기시고 살려달라는 기도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주님 제발... 이 고통속에서 건져주세요.

잠든 아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합니다. 수면중 숨을 멈추기도 하기에, 숨을 쉬는 것 같지 않으면 살짝 흔들어 줘야합니다. 자다 깨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확인해야 합니다. 3시간마다 기저기를 갈아주지않으면 벌써 피부색이 달라지기에 시간에 맞춰서 갈아줘야합니다. 

언제쯤이면 끝이 날까요 이 모든 고통과 고달픔이... 하나님만이, 오직 그 분만이 아시겠죠... 갑자기 인간적인 고독감과 외로움들이 밀려옵니다. 이 모든 상황들을 혼자 감당하며 짊어지고 가야하는 삶의 무게가 저를 또 짖누릅니다.

그럼에도 신기할만큼, 힘들고 지칠때마다 감사와 기쁨이 마음을 위로합니다. 분명 많은 분들의 중보기도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또 아내때문세 힘들어할지도 모릅니다. 아내때문에 또 하염없이 눈물 흘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또 일어나 기도하고, 또 일어나 감사하고, 또 일어나 예배하고 찬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저와 아내를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고계심을 저는 분명히 믿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를위해 따스한 관심과 사랑으로 늘 기도해주시고, 도움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염치없지만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몸된 교회와 목회를 위해,
아내의 회복과 아이들 그리고 저를 위해,
경제적인 여러 문제들이 잘 해결되도록,
끝까지 견디어 온전한 인내를 이룰수있도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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