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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이경남
- 1302
- 2019-12-13 20:58:00
-이경남
내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북한이 고향인 부친은 해방 후 월남 국군에 입대하고 제대 후에는 처가살이를 하며 나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키가 크고 인물이 좋은 외조부는 청년 시절 말도 못하게 가난했지만 고생 끝에 제법 살만큼 농사채를 마련하는데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이내 한량기가 발동되었다
어린 시절 내 일 중의 하나가 동네 주막에서 술에 취한 외조부를 모셔오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50 중반을 넘어 외조부는 암에 걸리셨고 시름 시름 앓으시다 환갑을 겨우 넘기고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외조부의 모습은 백발뿐 아니라 병색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이것이 내가 나이 60 환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다
그러나 지금은 세월이 다르다
먹는 것 입는 것뿐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편해졌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이제 나이 60이 아니라 70이 되고 80이 되고도 청년처럼 건강하고 왕성하게 사는 이들이 많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어느 인사는 나이 80줄에 골프장 캐디를 건들다가 망신살이 뻗치기도 하고
국사 교과서 편찬을 맡았던 서울대의 노교수는 조교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며 사퇴를 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은퇴 후에 매주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해 축도를 하던 노 목사님은 아내를 보내고 난 뒤 지금은 40대의 젊은 여성을 데리고 산다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 철학자로 명성이 자자한 김모 교수는 나이 100세를 넘긴 지금 방송에 나와 공개 구혼하며 박수를 받는 일까지 있었다
나도 이제 나이 60을 넘다보니 어디가나 대선배 축에 끼이고 심지어 노인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그러나 나이와는 달리 내 마음뿐 아니라 내 육체도 여전히 강건하며 온갖 의욕과 열정이 꿈틀댄다
요즘도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다가가면 뒤늦게 대학원 공부하느라 피곤한 아내가 주책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럼 나는 이렇게 항변한다
당신 남편이 기침이나 해대고 골골거리며 돌아 누워야 하겠소 아직 이런 건강한 남편이 있는게 복인줄 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