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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로 끝나버린 대제사장직
이주익
- 2849
- 2019-12-09 04:17:26
아론(Aaron)으로부터 엘르아살로 이어진 대제사장(大祭司長)의 역사는, 주후 70년까지 약 1,500년간 74명이 출현됐고, 대수(代數)로 77대까지 이어 왔다.
대제사장은, 성막과 제사의 일을 맡던 레위 지파와 제사장들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고 제사에 관한 제반사항을 지휘하던 최고위자로, 성전과 자신, 백성과 그 시대를 살리는 구속사의 등불이다.
대제사장은 성소를 지키며 매일 소제를 드리는 일과 백성들의 속죄를 위하여 속죄제를 드리는 일이 주된 임무이다. 특히 대속죄일엔 단순한 세마포 옷을 입고 속죄소에 단독으로 들어가서 자신과 권속을 위해 속죄제를 드려야 했다.
대제사장 역사 초반엔 하나님의 언약에 따라 아론 가문에서 대제사장의 계보가 장자(長子)에게만 계승된 종신직이었으나, 후대로 넘어가면서 그 언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론 가문에서 계승된 자들 중에도 돈과 권력을 탐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극악한 대제사장이 많이 나왔다.
신. 구약 중간시대 이후 외세의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대제사장은,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통치자들에 의해 임명되었거나, 주전 37년 헤롯 대왕이 임명한 아나넬 이후, 사독 계열의 대제사장직이 끊어지고, 아론 가문과는 상관없이 정치 권력에 의하여 임명됨으로써 그 직임의 본질을 잃어버려 타락(墮落)하였다.
헤롯 대왕에 의해 대제사장이 임명되면서 이스라엘은 영적 암흑천지로 전락했다. 마침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의 죽음으로 내 모는 패역을 저질렀다. 안나스 집안의 경우 다섯 아들과 사위 가야바까지 7명의 사악한 대제사장 무리가 약 35년간, 그 직을 이어가면서 똘똘 뭉쳐 예수 그리스도를 처형하는데 앞장 섰다.
유대 마지막 대제사장은 아프티아 출신 파니아스로, 그는 대제사장 가문이 아니며 주후 67년 열심당(Zealot)의 대표가 고집하여 제비로 뽑힌 사람이다. 이 사실은, 대제사장직 역사의 길고 긴 타락(墮落)의 종막(終幕)이 얼마나 우습게 끝나버렸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파니아스는 결코 대제사장이 될 수 없는, 대제사장이 무엇인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자였다. 백성들은 파니아스에게 대제사장의 예복을 입혀놓고 제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제사를 마치 광대놀이처럼 즐겼다. 몇몇 제사장들은 파니아스가 제사를 집전하는 동안 멀리 서서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고, 제사 의식과 그 절차가 농락당하는 것을 보면서 비통(悲痛)해했다.
파니아스가 재임하는 동안 유대 전쟁이 있었고, 주후 70년 로마의 디도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될 때까지 재임했으나, 당시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성전의 지성소를 그들의 본부로 사용할 정도로 성전(聖殿)이 정사(政事)에 짓밟혀 버렸다.
거룩한 임무를 수여 받은 대제사장의 언약이 파기된 원인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직분을 남용할 뿐 아니라 극심하게 도덕적으로 타락함으로써 망조(亡兆)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하나님께 속한 일에 세움을 받은 인물로 언약의 등불을 높이 쳐들어야 할 영적수반이, 죄와 유혹에 대한 겸손을 계속 망각함으로 부패해, 하나님께 홀대(忽待)를 받고 청중(聽衆)에게 냉소(冷笑)를 당하면, 복락(福樂)의 강물이 말라 긍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