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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감리교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박충구 전 감신대교수
장병선
- 2505
- 2019-12-18 06:22:38
5년 만에 감리교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마치 요지경을 본 듯 했다. 감리교 게시판에서 지난 5년 동안 사람의 성향은 정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정치적 사안에 관한 평가가 매우 극단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대착오성에 빠진 극우적인 이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드문드문 전광훈이가 있어서 감사하다는 둥 광화문 집회에서 은혜 받았다는 둥 등등의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이를 두고 한심스럽고 안 되었다는 평가가 달리고, 이내 전광훈이를 편드는 글이 신경질적으로, 사납게 올라와 있다. 신학적이거나 도덕적 판단보다 이념적 편들기에 능하다.
충격은 받지 않았다. 전광훈이를 지지하는 자들은 10년 전에도 이명박•박근혜를 우상처럼 지지하던 이들이었고, 좌파 때문에 나라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던 이들이었으며 동성애가 교회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이다. 자유주의 신학이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유주의 신학이 무엇인지 규정할 능력도 없다.
대부분의 나이 든 목사들은 가리개로 시선을 차단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과 상관없이 오로지 교회 부흥과 선교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야 현 상태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목사들은 번을 바꾸어 되돌이표에 걸린 것처럼 부정한 절차를 모의했다가 법정에서 무효소송을 당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수적 부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20년 동안 감리교회의 선교적 사역은 제로였다. 교세 2018년 통계가 1998년 통계 수치와 거의 같다. 죽어라고 온 교회가 선교를 했지만 한 편에서는 교인들이 계속 교회를 떠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동성애나 자유주의 신학, 좌파때문일까? 아니면 교회가 더이상 구원의 보루가 아닌 시대착오적인 후진 집단이라 여겨지기 때문일까?
죄책감(guilty)은 사람이 잘못된 오류를 범했을 때 일어나는 것이지만, 수치감(shame)은 그런 오류를 범하는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감출 수 없을 때 일어난다. 수치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무섭다. 교정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광신이거나 사유능력 결핍이 현저하여 수정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그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다운 양심의 결핍이 현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품성이 악한 것이다. 중세에서는 이런 경우를 일러 마귀에게 사로잡힌 것으로 간주했었다. 인간다운 품격이나 이해능력을 상실하면 우리는 인간이 아닌 어떤 다른 존재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세 교회가 상용했던 신화적 마귀론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식과 행동에 있어서 채바퀴 돌듯이 동일한 오류를 범하는 역사를 느끼면 조금은 무서움을 느낀다. 그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허무다! 아무리 수고하여도 우리의 수고를 헛되게 하는 것이니. 바야흐로 상당 수의 교회가 허무의 그늘 아래 서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 가슴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