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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이경남
- 1315
- 2020-01-14 05:17:09
-이경남
10년을 넘게
직장에서 쫒겨나
방황하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드디어 복직의 길이 열렸다
그간 생활고에 시달려
30명이 넘게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이제 그쳐지고
이들에게도 희망의 날이 온 거라며
좋아했는데
그러나 이들의 고난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복직을 며칠 앞둔 12월의 어느날
온 세상이 들떠있는 성탄절 바로 전날
회사는 기업 노조 어용 노조를 앞세워
복직 대신 무기한 휴직을 통보하고
이들에게 복직의 길을 막았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다니던 직장 마져 그만두고
복직을 기다리던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또 다시 땅을 치며 가슴을 치며
세상의 비정함에 통곡하지만
그러나 정작 저 하나 먹고 살기 바쁜 이 세상은
이들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약자를 팔아 먹고 사는 민주당도
말 끝마다 민생을 논하는 자한당도
정의를 독점한 정의당도
지금은 선거법에 올인하며
제 밥그릇만 챙긴다
가뜩이나 세상은
암살과 보복으로
도발과 제재로
검청의 싸움으로 어지러운데
나는 이 잔혹한 세상에서
하릴없이 백일몽이나 꾸며 살고 있다
어느날
화려한 청와대의 주인들이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까짓거 겨우 46가정인데
우리라도 나서자고
한 가정씩 결연을 맺고
복직이 될 때까지
매달 100쯤은 떼어 주자고
이 나라가 금수강산 옥토 낙원 아니냐고....
아니 당신들만 하면 되느냐고
여의도 300명의 선량들도 너도 나도 뛰어 들고
매월 기천만의 생활비를 쓴다는
버닝썬 술집에서 하루 천만원도 일억원도
거침없이 긁는다는 강남의 부자들도
아니 이 나라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중대형의 교회나 사찰 성당들도
이건 우리 일이 아니냐고 ....
아아
10년만의 복직의 꿈이 날아가며
다시 통곡하는 쌍용차 노동자의 눈물을 보며
지갑에 겨우 3만원을 넣고 사는 나는
이런 백일몽이나 꾸고 있다
2020.1.13.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