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장 표명이나 감리회 정책과 관계되지 않은 내용 등 "감리회 소식"과 거리가 먼 내용은 바로 삭제됩니다.
내년 예배계획까지 세워둔 99세 신학자 유동식 박사
김정효
- 2537
- 2020-01-17 20:05:12
[100세 행복 프로젝트] [4] 前연세대 교수 유동식 박사
방탄소년단·영화 '기생충' 얘기하며 25분 동안 꼿꼿한 자세로 설교
아내 사별 후 삼시세끼 직접 챙겨… 매일 한두번은 41계단 오르내려
주일 예배 후에 교인들과 점심… 경청하는 태도, 유머감각에 인기
"작년에는 하나님의 우주 창조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올해는 그리스도 복음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하나님께서 살려주신다면 성령의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연세대 루스채플. 강단에 올라 설교한 사람은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 유동식 박사였다. 흰 수염에 검정 두루마기 차림으로 강단에 선 그는 올해 백수(白壽), 우리 나이로 99세다. 그는 매년 1월 둘째 주 루스채플에서 열리는 연세대학교회(정종훈 담임목사) 예배에서 설교를 맡고 있다. 2009년부터 연례행사로 올해 열두 번째다. 그는 작년과 올해, 내년까지 '설교 3부작'의 주제를 미리 정해놨다.
안경·보청기도 없이 꼿꼿한 자세로 강단에 선 그는 미소 띤 표정으로 '그리스도의 복음과 풍류도'를 주제로 설교했다. 설교 내용을 그림으로 정리한 A4 용지 한 장짜리 강의안 여백엔 손글씨로 적은 메모가 빽빽했다. 설교 중엔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 등을 인용하며 "이름은 좀 이상(?)하지만 세계에 한국의 문화예술 저력을 알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약 25분에 걸쳐 설교한 그가 "(준비한 내용을) 다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하다"고 설교를 마치자 교인들 사이에선 웃음이 번졌다. 예배가 끝나자 그는 예배당 현관 앞에서 정 목사와 나란히 서서 교인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다.
1922년 황해도 평산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유 박사는 연희전문과 감신대, 미국 보스턴대, 일본 도쿄대·국학원대에서 수학했다. 감신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고 1988년 은퇴했다.
삼시 세끼를 직접 챙긴다. 새벽에 일어나면 30분 정도 스트레칭 후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생식을 두유에 타서 아침 식사하고 조선일보 사설을 챙겨본다. 점심·저녁은 1주일에 한 번씩 손자가 가져다준 반찬에 직접 밥을 지어서 해결한다. 16일 오후에도 유 박사는 혼밥 후 기자를 맞았다. 저녁 10시쯤 잠들기 전엔 지하 보일러실에 내려가 보일러를 체크한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규칙적 일과다. 일주일 중 주요 일과는 1974년 루스채플이 완공된 때부터 출석하고 있는 연세대학교회 예배다. 예배 후엔 교인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차를 함께 마신다. 교인들 사이에선 유 박사와 점심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 '2부 예배'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는 '과로하지 않는 규칙적 생활'과 '사람들과의 교제'를 건강 비법으로 꼽았다. "평생을 학교에서 생활한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뱄다"고 했다. 교제는 주로 교회와 제자들을 통해 이뤄진다.출처 : http://news.ch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