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언어

도현종
  • 1240
  • 2020-02-25 18:59:53
(전광훈의 구속을 접하며)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잠언 10장 11절) 성서의 엄중한 가르침이다.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고, 가장 못난 정치는 (부를 놓고) 신하들과 혹은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언어의 상용편이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은 서기 943년, 눈을 감기 직전 가까운 신하였던 박술희(朴述熙)를 불러 훈요십조를 전하면서 그 8조에서 “내가 죽은 후, 차현(車峴) 이남과 금강(錦江) 아래의 사람들에게 벼슬을 주지 말라”는 유언을 전한다.(‘고려사’ 태조 26년 4월 조) 왕건이 남긴 이 유언은 제도적 차별도 정당화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 차원에서 호남인들에 대한 편견을 유발했다. 풍토적으로 볼 때 백제의 유산을 받아 이지적이고 학문을 좋아하며 정감적인 호남인들은 이로 인해 깊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고 하여 말 등에 올라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사마천의 “居馬上得之(거마상득지) 寧可以馬上治之乎(영가이마상치지호)”

훈요십조 발언으로 조선 호남 천재들의 죽음과 반 호남 정서가 이어진다. 조선후기 이중환 역시 스스로 전라도보다 경상도를, 함경도보다 평안도를 우호적으로 서술하는 등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의 편협된 기술 방법이다. 그리고 전두환에 이르는 광주 학살의 비극적 상처가 주어지게된다.

호남 사림의 독자적인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참혹했던 지난 3년간의 옥사는 호남 지역 재지在地 지주들이 재통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남 사림 내부를 갈갈이 찢어놓았던 것이다. 옥사 중에 제거된 세력이 화담 서경덕 계열(전라右도)이란 사실이 전체 호남 사림의 역량을 한층 더 후퇴하게끔 만들었다.

곧이은 임진·정유왜란에 의한 지역 인재 손실 역시, 기축옥사로 인한 인재 가뭄에 시달리던 호남 사림에겐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 됐다. 호남 사림들은 기축옥사에 따른 중앙 정계의 의심을 풀고자 의병 활동에 열성을 보였다.

기축옥사는 몇가지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었다. 

조선의 당쟁은 기축옥사 이전부터 있었지만, 선비들이 서로를 죽이는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축옥사부터는 목숨을 건 투쟁으로 변질됐다. 

조선의 천재들이 대거 비명횡사한 사건이었고, 이 사건 직후 발발한 국난을 극복하는데 장애가 됐다. 옥사로 아까운 인재 1000여명이 죽었고, 곧바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발발했다.

기축옥사는 천재들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천재 정여립, 송익필, 이발, 정철 등 쟁쟁한 천재들은 양립하기 어려웠고 이는 천재들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기축옥사의 시작과 축은 천재 정여립이었다. 전주 출신의 정여립은 1570년(선조3년) 급제한 뒤 예조좌랑을 거쳐 수찬이 됐다. 당초 이이와 성혼의 문하에 있으면서 서인에 속했으나 이이가 죽은 후 동인에 가담하여 이이 , 성혼을 비판했다. 

이후 낙향해 전북 진안군의 죽도에서 사람들을 규합해 대동계를 조직한다. 1587년 전주부윤의 요청으로 대동계를 이끌고 손죽도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쳤다. 이후 황해도 안악의 변승복, 해주의 지함두 등 세력을 끌어들여 대동계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1589년 황해도 관찰사 한준 등이 정여립 일당이 한강이 얼때를 틈타 한양으로 진격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고발했고, 아들과 도망친 정여립은 관군에 포위되자 자결하게 된다.

이 사건은 정철 등 서인이 주도해 처리했고, 동인 이발 정언신 백유양 등이 정여립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된다. 

선비들 개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악덕 선조,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유성룡과 이항복, 당리를 위해 정적을 죽이는 정철, 정의로움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최영경 등이 주연들이다. 

기축옥사 이후 경기·충청 지역 기호사림파로 혹은 개별적으로 흡수되는 운명을 맞고 만다.

하나님도 죽인다는 이들이구속은 피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이다. 하나님의 언어가 없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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