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운동

엄재규
  • 1006
  • 2020-03-03 18:59:16
나 절대로 3.1 운동을 내 입술에 담지 않으리라.
땅의 밑바닥으로부터 먼지의 인연으로 깊게 얽힌
감추어지지 않는 거들먹거림과 교활이
한 이벤트로 3.1 선열들을 펜과 입술로 띄우지만
내 사진이 올리고 내 이름이 높인다.
뱀들은 매일 흙을 먹으며 마귀에게 회개는 없다.
선악은 각자 정한다.

땅의 뿌리로 내려갈 자여.
자주 빛 옷감으로 휘감아 위장하지 말라.
어둠속에 일제와 손잡고 동포를 고자질 하던 더러운 피가
혈관을 통해 온 육신을 적신다.
만주에 가지 못한 반도에 남아 있던 자들마다
해가 중천에 오르면 손에 태극기를 흔들고
태화관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3.1 거사에 줄을 대지만
세탁되지 않는 혼은 엽전이 되어 전신을 돈다.

선열들의 함성이 귓전에 뜨겁다.
속박의 착고를 벗고 자유하라.
당당하게 일어나 정의를 세워라.
독립선언서를 돌리던 가쁜 숨결이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던 환희의 음성이다.

나 다시는 3.1 운동을 입술에 담지 않으리라.
혼을 고운가루로 갈아내고
육신을 각을 떠 형체가 사라져
한 온전한 제사로 예비되기 전에는,


엄재규 글
(2020년3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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