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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1만명 문재인을 규탄하는 성명서에 대하여
장병선
- 2856
- 2020-03-03 04:06:55
1. 목사 1만 명이 '우한 폐렴'을 막지 못한 문재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2. 위의 문장만 놓고 보면 개신교의 지도자들이 현 정권의 실정을 공격적으로 비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그만큼 현 정권이 무능하고 사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충분합니다.
3. 첫째, '우한 폐렴'이란 말은 '혐오'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구 폐렴이란 말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처럼 우한 폐렴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정식 명칭은 코로나19입니다. 하지만 목사들이 '혐오' 표현이 무엇인지나 알까 싶습니다.
4. 둘째, 문재인 정부가 지금 이 상황에서 손 놓고 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거의 잡혀 갈뻔 했던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이유는 반 사회적 집단인 신천지 때문이지, 현 정부의 불성실과 무능 때문이 아닙니다.
5. 왜 개신교 목사들은 평상시에는 예배당 입구 마다 '신천지 아웃'이란 글귀를 버젓이 붙여 놓고 있었으면서도 이번 사태에서는 신천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하면서 오로지 공격의 화살을 문재인 정권에만 날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신교 목사들의 생각에는 현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급한 데 괜히 신천지쪽으로 초점을 돌렸다가는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목사란 사람들이 이단을 척결하는 일보다 특정 이념을 추종하는 게 더 급하고 중요한 겁니다.
6. 셋째, '목사 1만 명'이라고 표현하니까 정말 엄청난 숫자 같습니다. 사실 한국 개신교의 전체 목사 숫자는 아무도 모릅니다. 혹자는 30만까지도 추정하는 사람이 있고, 대개는 15-20만 사이로 봅니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오직 신만이 아십니다. (어쩌면 하나님도 모르실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목사로 부르지 않았는데도 자기가 독단적으로 목사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목사 1만 명이란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7. 그럼 이번에는 한국 개신교 안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개신교에서 목사가 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가가 인정하는(교육부 공인 학위를 받는)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쳐야 가능합니다.
둘째, 그 외에도 무인가(무허가) 신학교도 엄청 많습니다.
국가가 공인하는 과정을 통과해서 소위 정통 교단에서 목사를 받는 사람이 절반, 족보를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대채로 2-3개월 만에) 목사가 되어 나타나는 사람이 절반쯤 될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목사라는 타이틀만 달고 다니지 신학적-신앙적-인격적-사회적 소양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식 과정을 밟아 목사가 되었다고 특별히 더 나은 자질이나 능력을 갖췄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만큼 한국 개신교 신학 교육 과정이 부실합니다. 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밀입니다.
8. 7번 보다 더 큰 문제는, 목사 안수를 받은 다음입니다. 거의 절대다수의 목사들이 목사 안수를 받은 후 평생토록 공부를 안 합니다. 오죽하면 목사들 세계에서 '신학대학원 졸업한 다음 3년 차 때까지가 가장 실력이 좋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겠습니까!
현대 사회는 새로운 지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세상입니다. 신학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서학의 경우 10년 만 지나면 기존의 해석이 수정되고 교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수십 년을 목회해도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지 않고 버티는 목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사회적-종교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리도, 비평할 수도 없습니다.
9. 그러니 목사 1만 명이란 숫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사태를 정확히 볼 줄 모르는, 분별력을 상실하고 탐욕과 광기에만 사로잡혀 있는 1만 명의 목사들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과 교양이라도 갖춘 10명의 목사가 필요합니다.
10. 오늘날, 개신교인인 우리는 한국교회의 최대 패착이 '제대로 된 목사 양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이 부분부터 다시 개혁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첫째, 신학교 당국은 목사 양성 과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둘째, 신자 개인은 목사에 대한 추종과 의존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목사로부터 도망치십시오.
주일 예배 시 강단에서, 목사들의 모임에서, 교회 단톡방에서 목사들이 주고 받는 정치 비평을 듣다 보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것이 요즘 교인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아마 어쩌면 주님도 한국교회 목사들을 보면서 이런 탄식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저들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저들은 지금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그럼에도 또한 우리 주변에는 좋은 목사님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러니 분노하되, 절대 낙심하지는 맙시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위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도록 힘써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