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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나와라, 오바”
장병선
- 2682
- 2020-03-03 03:41:50
언제부터 우리 감리교회가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지 못하게 되었는가?
오히려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본부 나와라 오바”
코로나 19의 영향이 크다. 수많은 성도들이 교회로 모이지 않았고, 각 교회가 준비한 영상을 통해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나 또한 이런 날들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었다. 일부 대형교회들의 결정과 대처방식에 영향을 받고, 주변 교회들과 목회자들의 도움을 받고, 인터넷과 SNS의 정보들을 참고하면서 맞이했던 주일이 지나간다. 한 주간 예배영상을 준비하는 교회들(내가 사역하는 교회 포함)을 보니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한 것 같다. 이미 영상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던 교회,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부족하지 않은 소위 중대형 교회들은 별 무리 없이 준비한 것처럼 보여 진다.
그러다가 문득, ‘목회자가 혼자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소형 교회들은 오늘 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각자의 역량에 맞게 잘 준비했겠지만, 다급하게 예배 장소와 방식의 변화를 계획해야 하는 오늘 주일이 어떤 목회자들에게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과 같은 예배가 일회성으로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대형교회 혹 중형교회들은 알아서 ‘각자도생’ 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소형교회와 목회자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속한 감리교회에는 ‘본부’가 있다는 사실이다. 광화문 사거리에 가면 ‘감리회 본부’가 있다. 요즘 ‘질병관리본부’의 수고로 인하여 본부라는 단어의 격이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감리교회에도 ‘본부’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본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른 교단은 차치하고라도 감리교회의 중소형 교회들이 위기를 만났으니 질병관리본부처럼 비상근무에 돌입하지 않았을까? 혹시 각 감리교회마다 코로나로 인하여 어떤 어려움은 없는지, 신천지로 인한 어려움은 없는지, 한 교회, 한 교회 전화를 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감리교 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맨 위에 있는 공지사항을 클릭했더니 첫 번째 공지가 나온다. ‘코로나 확산방지 대응책에 관한 정부의 시책을 받아들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시간을 단축할 예정입니다.’
감리회 본부가 정부의 시책을 이렇게 잘 받아드리는 곳인지 몰랐다. 물론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각 회사, 학교, 기관 등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본부는 좀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해외선교지 방문을 부득이 취소해야 해서 OO항공에 전화를 하니 지금은 비상시국이라 대표전화는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감리회 본부의 모든 직원들이 질병관리본부나 OO항공처럼 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코로나 19와 관련한 비상 테스크포스가 감리회 본부 안에 임시로라도 마련될 수 있지 않는가? 오히려 각 부서의 책임자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본부에 남아서 각 교회와 목회자들의 형편을 돌아보고 그 형편에 맞는 적절한 대안들과 자료들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본부선교국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그리고 이 상황이 지나간 이후에 각 교회의 선교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안내해 주고, 본부교육국은 여러 가지 상황 상 가정에서 드리는 주일예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들을 긴급하게 제공해 줄 수 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너무 큰 기대인지 모르겠다.
오늘 뉴스를 보니 민주당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일을 추진하여 그 위상과 역할을 크게 강화시키겠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나 감리회본부나 이름은 같은 본부인데, 한 본부는 점점 더 격이 높아지고 있고 다른 본부는 불러도 잘 나오지 않는, 비상시에 오히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이상한 본부다. 이재명 시장이 신천지 과천본부를 찾아 “지금은 전쟁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도 동의하는 바다. 지금은 전쟁 상황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전쟁 영화를 보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의 무전을 반드시 받아줘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본부다. 그래서 본부다. 감리교회에도 본부가 있다.
“본부 나와라, 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