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천 바다에서

이경남
  • 1557
  • 2020-03-15 02:30:12
삽교천 바다에서
-이경남


아산 인주와 당진 신평을 잇는
바다 위로는
긴 제방이 놓여지며
내륙의 호수와 서해의 바다로
나뉘어 있다
거대한 담수호 주위로는
관광지가 들어서며
사람들을 모으지만
그러나 중부 내륙에서도
바다가 보이고 갯내음이 풍기는
이곳 삽교천에서
내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런 유흥의 무드가 아니다
지금도 이곳 삽교천 바다는
하루 두번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며
이 내륙의 바다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마침 썰물인 지금
바다는 아득히 물러나 있지만
대신 그 위 드러난 갯벌은
그 칙칙한 나신의 몸에
온갖 바다 생물을 품고
아직은 이 바다가 살아있는
생명의 바다임을 말하고 있다
비록 크지 않은 내륙의 바다일지라도
이 삽교천 바다와 그 갯벌은
내 마음에 늘 이상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아산만 바닷가에서 자라며
그 갯벌 진흙 속을 뒹굴던
유년 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일수도
아니 어쩌면 더 깊이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아득한 향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태초에 우주는
그 깊이를 알수 없는 흑암과 혼돈의
바다 가운데 잠겨 있었고
창조자는 그 속에
빛을 일으키고
창공을 펴고
뭍을 드러내며 비로소
식물과 별들과 어족과 새와 짐승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이 진흙을 들어
사람을 빚고
그 코에 당신의 생기를 불어 넣으며
우리를 만드셨기 때문이다
이 바다와
그 밑 아직 오염되지 않은
서해 바닷가의 갯벌을 볼 때마다
내 마음에 이렇듯 알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 것은
어쩌면 유년 시절의 추억뿐 아니라
이 바다와 갯벌 속에
내 존재의 근원이 있기 때문일지도
그 아득한 태고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2020.3.14.토요일 삽교천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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