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전염병 글을 인용한 글과 전혀 다른 견해

이대희
  • 2448
  • 2020-03-29 07:20:56
루터의 전염병 글을 인용한 글과 전혀 다른 견해
-루터는 ‘교회당에서 모이는 예배’의 중단을 주장한 바 없습니다.

1. 최근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형식으로 교회에 대한 정부의 행정지침이 타당한가 부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흥미롭습니다. 자칫 진영 대결이 될 우려가 보이지만, 각자 믿음의 양식을 표현하는 변증을 통해 합리적 동의와 일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이러한 논의가 정치적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서로 같은 뜻과 한 마음 되라고 사도바울께서 우리에게 여러 번 가르치신 것과 같습니다(고전1:10, 고후13:11, 빌2:2).

2. 그런데 게시판 아랫글(페이스북 글을 퍼온 글)에서 루터가 전염병의 재앙으로부터 피하여 ‘교회에서 다중이 모이는 예배를 중단’하라고 하였으니, 현 시대 감염병의 대유행 앞에서 교회 또한 ‘적극적 거리두기’를 하여야 한다는 근거로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 글은 1527년경 마틴 루터가 요한 헤스 목사에게 ‘죽음의 대재난으로부터 도망해야 하는지 Whether One May Flee From Deadly Plague’ 라는 제목으로 보낸 편지글을 발췌 인용하여 어떤 페이스북 유저가 자신의 주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페이스북 유저는 루터의 글을 이리저리 짜깁기를 하여 자신의 주장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 글을 퍼 오신 분의 뜻은 현 정부가 발동한 종교 등에 대한 행정지침을 교회가 잘 준수하여야 할뿐만 아니라, 나아가 ‘교회당의 모이는 예배’를 주장하는 것이 중세 시대 루터의 가르침에도 맞지 않는 원리주의적 사고이지 않은가 하는 지적인 듯합니다. 루터는 ‘교회당에서 모이는 예배'를 중단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3. 과학과 의료의 기술이 첨단화된 현대는 바이러스가 감염병의 근원인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병이 하나님이 주시는 형벌이라고 인식했던 중세의 사람들이 참으로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 문명의 한계가 그러했던 것입니다. 그런 중에 감염병 재난에 대한 루터가 보낸 위 편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4. “약을 사용하시오. 귀하에게 도움이 되는 마시는 약을 준비하시오. 집과 마당 그리고 거리를 소독하시오. 귀하의 이웃이 귀하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장소들이나 사람들을 멀리 하시오. 마치 도시의 화재를 진압하고자 돕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시오.” Use medicine; take potions which can help you; fumigate house, yard, and street; shun persons and places wherever your neighbor does not need your presence or has recovered, and act like a man who wants to help put out the burning city.

5. 당시 감염병의 재난을 하나님의 형벌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시대에 이와 같은 루터의 주장은, 지금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형인 것처럼 보여 지기도 합니다. 현대의 상황에도 실제로 이와 같이 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것입니다. 물론 ‘교회당에 모이는 예배’를 하는 신앙인들도 행정당국이 지침하는 모든 사항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철저히 준수하며 예배하여야 합니다.

6. 다만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은, 루터가 보낸 편지에서 루터가 단순하게 ‘교회에서 모이는 예배’의 중단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루터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 절망’하고 있을 때, 목회자들이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밝혀줍니다. 목회자들 역시 죽음의 감염병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들입니다. 그러함에도 루터는 ‘죽음의 재난 시대에 영적인 돌봄과 공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지침을 제공합니다. 목회자로 부름 받은 이들은 그것을 강단에서 입술로 전하여야만 한다는 것이 루터의 뜻입니다. 몇 가지 루터의 가르침을 살펴보겠습니다.

7. “첫째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가르침을 주는 설교 말씀을 듣도록 사람들이 교회에 모이도록 반드시 권고해야 합니다.” First, one must admonish the people to attend church and listen to the sermon so that they learn through God's word how to live and how to die.

8. “둘째로, 누구라도 죄의 고백의 자리에 나아가며 매 주 혹은 두 주에 한 번은 성례에 나감으로 죽음이 오기 전에 죽음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Second, everyone should prepare in time and get ready for death by going to confession and taking the sacrament once every week or fortnight.

9. “셋째로, 누군가 목사님의 심방을 원한다면, 목사님을 청한 병든 이에게 제 시간에 말씀을 전하고 질병이 환자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전, 병든 이가 아직 충분히 온전한 정신일 때 말씀을 전하기 바랍니다.” Third if someone wants the chaplain or pastor to come, let the sick person send word in time to call him and let him do so early enough while he is still in his right mind before the illness overwhelms the patient.

10. 기억해야 할 것은 감염학에 대하여 루터 시대는 전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라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루터의 위와 같은 견해는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시대의 영혼들을 위로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도하며 영적인 위로를 사탄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한 목회자의 의무적 사명과 같은 것으로 교훈하는 것입니다. 루터는 전염병이 두려워 도망하는 이들에 대하여도 비난하지 말 것과,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비,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행정당국에 철저히 따르고 격려할 것을 충분히 밝힙니다. 그러면서 교회에 모여 말씀과 성례에 참여할 것을 분명히 권고하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루터의 이러한 주장을 '교회당에서 모여 예배' 하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루터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분명히 다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1. 그러므로 루터의 전염병에 대한 글을 인용하면서, ‘교회당에 모이는 예배’를 잘못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근거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루터는 목회자가 담대히 교회를 지키며, 말씀을 전하며, 성례를 행하고, 성도들을 교회에서 가르치고 위로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 서두에서 자칫 ‘교회당에 모이는 예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진영의 논리로 맞서지 말아야 할 것을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밝히는 것은 ‘교회당에 모여 예배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다투고자 함이 아닙니다. 루터의 글에 있어서 사실 관계를 바로 전하여야 하겠기 때문에 이 글을 내는 것입니다. 루터가 글을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교훈합니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12. “말씀을 마칩니다. 세상에 독을 쏘며 불결하게 하는 사단의 사악함으로 사단이 주는 ‘실재적이고 영적인 역병’에 맞서 말씀과 계명으로 싸우기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는 귀하의 기도와 함께 우리를 도우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권면하며 간청합니다. (중략) 사단이 그리스도의 날이 임박하였다고 느껴 격분한 듯합니다. 사단이 격렬하게 울부짖으며 광신자들을 통하여 시도하는 것은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서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In closing, we admonish and plead with you in Christ's name to help us with your prayers to God so that we may do battle with word and precept against the real and spiritual pestilence of Satan in his wickedness with which he now poisons and defiles the world. (중략) Satan is infuriated and perhaps he feels that the day of Christ is at hand. That is why he raves so fiercely and tries through the enthusiasts to rob us of the Savior, Jesus Christ.

13. 루터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는 실재적이고 영적인 역병에 직면하였습니다. 루터가 통찰한 것처럼 사단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에게서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빼앗아 가고자 함인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죽음의 역병 앞에서도 목회자와 성도는 더욱 충분히 담대하여야 하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올 수도 있는 고립과 단절, 불신과 혐오, 우울과 절망의 깊은 어둠과 감염병의 치명적인 대재난 앞에서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화목과 사랑안에서 은총의 말씀을 끊임없이 선포하며 증거 하여야 하겠습니다. 겸손히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고 감염병 극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14. 거룩한 사순절에 자비하신 주님의 은총이 대재난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루터의 글 중에서 마지막 기도를 인용하겠습니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님의 날까지 흠 없고 정결히, 순결한 믿음과 뜨거운 사랑 안에서 우리를 보호하여 주소서. 믿습니다. 이 가련한 죄인인 나를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 May Christ our Lord and Savior preserve us all in pure faith and fervent love, unspotted and pure until his day. Amen. Pray for me, a poor s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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