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는 사실...

장병선
  • 2164
  • 2020-05-11 01:52:24
기가 막히는 사실./박충구

종교를 가진다는 것이 똥까지 먹는 일이 된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다가 그 종교 때문에 집단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에 상식과 도덕규범을 초월하는 무엇인가 “비범한 것”이 있다고 믿게 만들면,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믿는다"고 했던 터툴리안의 영성을 흠모하는 후예들이 생산된다. 이런 이들은 종교를 가지면 무엇인가 비범한 짓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오리겐 같은 사람은 비범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 자기 성기를 잘라 버렸다. 교회 역사에 이런 비범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별종의 거룩한 삶을 살겠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민사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이들도 결국 비범하게 독극물을 마시고 집단 자살로 삶을 마쳤다. 종교를 가진다는 것을 “이상한 짓”을 해도 되는 차원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그대가 믿게 되면 그대는 별 짓을 다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종교가 인간의 죄 의지를 증오하게 만든다. 죄 때문에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고민 고민하던 이들이 구원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막에서 고행을 하거나, 수도원 담을 쳐두고 그 안에서 자폐적인 인생을 평생 살거나, 삶의 경제적 주체가 되는 것을 포기한 후 이상사회를 건설하려 자기 재산을 모두 내 놓기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 삶의 공동성을 파괴하는 깊은 뿌리가 성욕에 있다고 보았던 이들은 가족이라는 배타적 제도가 생겨나지 않도록 서로의 성을 공유함으로써 보다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그것도 안 되니 이번에는 여자들만 모여 사는 집단을 만들기도 했다. 삶도 포기하고, 성욕도 포기하고, 경제도 포기하고, 가족관계도 포기하고, 순순한 영성적 삶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쳤던 이들이 기독교 역사 안에 정말 많이 있었다. 그러니 똥 정도 먹는 것쯤이야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똥을 먹고 기괴한 신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단순하고 쉬운 사람들이 그런 교회에 모여든다는 점이다. 인민사원에 몰려갔던 이들, 시월 종말론 집회에서 종말이 오기를 기다리던 자들, 쉐이커 모임에서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이들, 오네이다 공동체에서 프리섹스를 즐기며 성을 통한 배타적 관계를 죄악시 했던 이들, 그와는 반대로 아예 남자들이 없는 여성들만의 공동체를 이상적으로 여겼던 앤 리 공동체, 소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죄스러워 모두 내 놓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를 따라서 재산을 모두 바쳤던 이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들이 가졌던 생각은 모두 성서를 근거로 하여 형성된 것이었다. “순수한, 죄가 없는, 에덴 동산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세상”을 신앙으로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의 후예들이었다. 신앙을 가졌다면 그것이 실증되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나, 심각한 문제는 그 신앙이 얼마나 참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묻지 못했다는 것이다. 질문 없는 신앙을 좋은 신앙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이름도 거창하게 “빛과 진리의 교회”라고 붙였지만 실상은 “똥을 먹이는 교회” 라는 것이 밝혀졌다. 얼마 전에는 신자를 강단 앞으로 나오게 하고선 싸대기를 쳐대는 목사가 있더니, 이번에는 매 맞는 훈련, 트렁크에 갇히는 체험, 똥 먹는 훈련을 시키는 목사가 나왔다. 이런 교육을 통해서 이들이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수치심도 모르고, 공포심도 모르고, 자기주장도 없는 충성스러운 종교 노예다. 이런 비인간적인 노예로 인증 받으려는 신자들이 경쟁적으로 똥을 먹는 교회, 똥개들의 교회도 존재한다는 것이 이제 밝혀진 셈이다. 똥개들은 목사가 세습을 해도, 돈을 횡령해도, 연장된 결혼 생활을 해도, 도무지 자기 생각, 자기 판단, 자기 주장을 할 수 없다. 이미 똥을 먹으면서 이성과 지성과 감성까지 제거된 존재, 그저 교주로부터 사주만 받으면 무슨 짓이든지 충성스럽게 앞다투어 다 하는 족속들이다. 강남의 대형 교회 교인들이나 똥을 먹는 교회 교인이나 내가 보기에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종교의 지성적 능력이 이미 오래 전에 거세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크고 능력 있는 것을 좋아하는 “비범한 교회의 비범한 신자”가 되려면 목사가 무슨 짓을 해도 “아멘“을 연호하여 "나는 합리성이 없어요"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목사가 “똥을 먹으라.” 하면 앞 다투어 그 더러운 것을 찍어 먹든가, 적어도 먹는 시늉 정도는 해야 그런 교회의 충성스러운 일꾼으로 선택을 받는다. 여신도에게 "속옷을 내리라"하면 얼른 속옷을 내리고, 남신도에게 “집문서 가져와” 하면 목사에게 서슴치 않고 내 놓아야 참된 신자라고 생각하는 전광훈 부류가 능력있는 목사로 인정을 받는 이상한 기독교도 있다. 인격이나 교양이란 것 다 버리고 비범한 목사가 비범한 설교를 할 때마다 “아멘”을 연호하는 비범한 신자는 똥을 먹으면서도 비범한 신자가 되는 것이므로 행복하다. 이런 이들이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앉으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세상에 못할 일이 하나도 없는 비범한 자가 되는 것이다.

국교가 없는 민주사회에서 종교는 자발적 공동체의 성격을 가진다. 누가 강요하여, 누가 요구하여, 강제로 신자가 되는 일은 없다. 그러니 결국 자기가 자신의 종교를, 신앙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범한 목사를 좋아하는 신자는 비범한 신자의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똥을 먹는 똥개처럼 사는 것도 그의 선택이고 그의 자유다.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 말자. 나는 강남 대형교회 기독교인들이 태 영호를 선택하는 것을 한심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주 나무라지는 않는다. 민주 사회에서 자신들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선택할 자유를 내가 어찌 방해하겠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똥개가 된 기독교인도 나는 나무랄 생각이 없다. 사람에게 똥을 먹이는 목사를 그들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므로 굳이 나무랄 생각도 없다. 먹는 자가 있으니까 먹이는 자도 있는 법이다. 다만 내가 놀란 것은 사람이 똥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 사람에게 똥을 먹이는 목사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기막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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