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이후

이성현
  • 1354
  • 2020-05-08 15:40:12
오늘, 한국감리교회는 교인의 급격한 감소와 교회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은퇴를 수년 앞둔 목사로서, 지난 목회 여정 속에서 교회 부흥의 시대와 교회의 침체기, 그리고 오늘날 쇠락의 시기를 모두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구에게 돌을 던질 자격도 없고,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회개하는 마음으로 감리교회를 병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회복을 소망하며 행동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32회 총회 감독회장으로 선출된 전명구 감독회장을 상대로 선거무효, 당선무효 소송을 진행한 것입니다. 선거권자 문제, 금권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지난 3년 이상의 소송을 통해 전명구 회장의 직무정지 확정판결을 대법원에서 받았고, 본안 소송 역시 1심과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3년여의 재판기간에 수 없이 많은 회유와 협박, 비난들이 있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금도 여전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억대가 넘는 사재가 소송비용으로 지출되었고, 저 자신은 총회의 정치재판을 통해 출교를 당하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감리교회를 교권과 명예, 돈과 자리로 병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님이 긍휼히 여기시고 곪아진 부분을 도려내시려는 치료의 역사가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끝까지 판결을 통해 금권 부정선거를 저지르고도 회개치 아니하는 지도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감리교회가 명예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부정한 방법과 금권을 통해서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거룩한 권위의 회복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10월에 있을 감독회장과 각 연회의 감독선거를 앞둔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과 확인된 사실들은 저에게 새로운 사명이 있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전명구 감독회장의 소송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금권 부정선거가 사라지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음성적이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때로는 더 큰 단위가 전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법 부정선거로 당선된 당선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감당해야 할 경제적, 정신적, 영적 피로감도 충분히 경험했기에 후보자 검증의 과정에서 이를 선별하는 것이 더 나음도 깨달았습니다.

벌써부터 감독회장 선거에 뛰어든 사람 중에는 충청연회의 김00 목사를 통해 동문들을 모아 향응을 제공하고, 중부연회 최00 장로를 통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부연회 감독후보로 나선이는 지방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서 피선거권 자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회감독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담임목사 감독, 선거를 위해 후원금을 봉투에 넣어 헌금함에 봉헌해 달라’고 주보에 인쇄하고, 주일 광고 시간에 구두로 광고도 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면서도 이것이 불법인지도 모르는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음세대에 이러한 감리교회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썩고 병든 지도자들에게 나의 자녀들과 손주들의 영적인 지도를 맡기지 않겠습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교단과 지도자의 격을 생각합니다. 품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동네 이장 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의 사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는, 장정이 정한 자격을 갖춘, 불법 금권선거를 철저히 멀리하고, 온전한 양심과 실력, 영적인 권세와 인품을 갖추고 우리 감리교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교회 지도자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살피고, 알리고, 전함으로써 저의 몸부림을 계속하려 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함께 기도하며 함께 지켜보며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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