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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대행진에 대한 소회
장광호
- 1554
- 2020-05-21 18:06:05
감리교회 황태자 그룹, 대형 세습교회 감독 시대 도래라는 최대의 뜨거운 감자를 던졌기에
예상은 했지만
순간적으로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
황당하기고 하고 열도 받고..
견디기가 어려워서 무조건 바깥으로 나갔다.
멀리 떠나서 안 돌아올 것 같은 기세로.
원래 내 특기는 무작정 걷기다.
그러나 몇발짝 걷기도 전에 집에서 15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동네 놓이터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수십걸음 밖에 안되는
트랙을 돌고 돌면서 묻고 또 묻는다.
.....
사실 이 놀이터는 20년전부터 만난 놀이터이다.
지금은 가끔씩 내 손녀딸과 추억 만들기 하는 곳이지만
내 늦둥이 3-5살 때 매일 하루에 3-5시간 씩 앉아 있어야만 했던 곳이다.
당시 그 아이에게는 최고로 즐거운 놀이터이고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광야 그 자체였다.
한창 일해야할 40대 중반의 나이에 할머니들 손주 보는 것과 같은 신세였으니까.
나는 노숙자가 이같을 것이라는 심정을 매일매일 느껴야만 했다.
신학공부는 마쳤으나 갈 곳도 없고 돈도 없어서 안방에서 가정예배만을 드리는 상황이었기에.
경제적으로 거세된 가장은 사회적 죽음을 맞이한 자니까 스스로 그런 생각에 잡힐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그곳은 내가 지금의 저항을 할 수 있는 신학적 목회적 역량을 함양하게된 시작점 이다.
성도라면 '반드시 변해야될 10가지'가 주어진 곳이다.
....
돌고 돌면서 묻고 물으니
어느새 묻고 답하기가 계속된다.
여기가 옛날보다는 많이 달라졌지?
그러고보니 모래바닥에다 낡은 기구들과 오래된 벤치들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잘 꾸며져 있었다.
이만큼 발전된 거란다.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혼자만 하는 것 같아요.
너가 사람의 위로를 받고 싶냐?
사람의 위로가 무슨 소용이 있냐?
설사 사람의 위로가 있다한들 그게 얼마가 가겠니?
결국 혼자 또 져야 되는데.
하나님의 위로가 필요한 거야!
너만 돌맞은 게 아니야.
모세도 돌맞을 뻔 했고
스데반도 맞고
예레미야도 맞았어.
그 때 아무리 소리쳐도 모두들 끄떡도 안했어!
이 말을 들으니
바른 말 했다가 돌맞은 이가 성경에 얼마나 많은 지 줄줄이 엮여 나왔다.
이내 지금 내가 맞는 돌은 돌축에도 못 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방 쳐졌던 어깨가 조금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삭제된 글 다시 올리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강퇴를 당할 때까지 줄기차게 올리자.
강퇴가 되는 날 그날이 내 글쓰기가 끝나는 날 되리라.
몇 시간이고 멀리 집을 떠나 안 돌아올 것 같았던 내가 1시간도 안되어 돌아와 다시 2개의 글을 올렸다.
삭제된 글에 대한 항의로 이미 올렸던 글 하나와 새로 써둔 글 하나를.
천안문 사태에서 탱크 앞에 선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를 끊임없이 물으면서 이 사진까지 다시 올렸다.
답은 언제나 그 맨 처음 자리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