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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연회 사태는 공교회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코로나 사태와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임재학
- 2278
- 2020-05-20 21:10:12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많은 논의와 의견이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한 마디로
신앙의 언어로는 '복음의 변질'이고 일반 상식으론 '공공성의 부재'입니다.
우리가 매 주일 예배 때마다 신앙고백하는 사도신경에서의 '거룩한 공회'의
'공교회성'의 실종입니다.
공교회성이 사라지니까 특정 개인이나 그룹의 교회가 됩니다.
그리고 이번 교회 사태 같은 문제가 비롯됩니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사회는 개인의 일탈이나 신천지이단과 이태원클럽 같이 특정 그룹의 문제가 우리 사회 모두에게 연결된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아주대학교 병원 이국종 교수의 응급외상센터나 코로나를 대처하는 질병본부를 보면서 한국 사회와 일반 국민은 이런 공공성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취약하고 병든 부분에서 어김없이 발생한단 사실을 사회 구성원이 학습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 남연회 사태도 가장 약하고 건강하지 못한 고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감리교회도 공동체입니다.
제가 볼 땐 이미 1차 감염(L교회와 서울남연회)을 넘어서서 2차(감리교회),
아니 3차 감염(한국교회 전체)이 되고 4차로 폭발하기 직전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한국사회 일반과 교회 성도들은 심각하게 묻습니다.
교회가 무엇인가?
예배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종교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공공성에 기반하지 못하면 이단이나 특정 이익집단과 다를바가 없게 됩니다.
왜 교회가 하는 종교적인 일이나 건물을 사고 지을 때 국가에서 세금을 면제해주고 많은 혜택을 주겠습니까?
교회는 경제활동이나 생산을 하는 단체나 기관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공공성'의 관점에서 볼 때 교회를 선한 공동체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김구 선생님이 말한
"교회 하나 짓는 것이 경찰서 10개 짓는 것 보다 더 낫다" 는 말에 암묵적인 합의와 동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개교회 문제를 넘어서서
감리교 전체를 문제로 보고 있다는데 더 심각함이 있습니다.
10여년 넘게 해결 못하는 교단의 자정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교단정치, 재판과정, 심지어 교리와 장정까지도 방송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엔 A교단 B교회 C목사 이런식으로 보도 했었는데
이번엔 너무나 분명히
교단과 교회 목사이름까지 다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언론이 볼 때도 그만큼 일탈이 심하다고 보는 것이고 그래서 모자이크를 하거나 익명으로 보도하지 않아도 상관 없을 정도로 자료가 분명하고 자신있단 뜻입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목사개인의 일탈이나 일교회의 문제보단 감리교단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교단의 이미지와 선교적 차원에서도 엄청 큰 손실입니다.
우리 교단을 넘어서서 한국교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한국사회에서 신천지 이단과 비슷한 동급으로 인식되며 취급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제기한 이 문제가 사실이 아니면 교단 차원에서 엄중히 항의하고 수정보도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감리교단에서 이 문제를 치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해당 연회인 서울남연회는 이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거나 시간끌면 안됩니다.
혹자는 방송 한번 가지고 왜 이러느냐?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발언입니다.
엊그제 주일에 우리 성도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다가, 특히 20,30대 젊은층은 본방송으로 시청한게 아니고 유투브로 봤고 이 사태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우린 유투브시대, SNS시대에 살고 있기에 사과든 조치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 L교회는 교회 이름부터가 지역이름이나 다른 이름이 아니고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했기에 기독교 전체에 주는 이미지 하락도 더 심각합니다.
다 알다시피 기독교신앙은 특히 이름을 강조합니다.
우리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부터, 야곱, 사도 바울에 이르기까지 이름이 주는 의미와 책임성을 강조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과연 그 교회 이름처럼 하나님 '말씀'에 합당한 교회의 모습이며 복음공동체, 말씀공동체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나 생각해보면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것은
아직 교단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은 심각함을 못 느끼기에 더욱 답답한 현실입니다.
방송이 나간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감리교단이나 남연회에서 자꾸 실기한다는 부정적인 걱정이 듭니다.
심지어 오늘 아침엔 L교회 집사님이 청와대국민청원에까지 직접 올렸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감리교단 집안 문제가 밖으로까지 자꾸 확대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바램은 가능하다면 교단 차원에서 사과하고 청와대청원은 철회하면 좋겠습니다.
외부로 가져간다고 문제가 잘 해결되진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감리교 전체 구성원에 더 큰 상처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한국 감리교회는 장로교와 비교하면 외형적인 교세는 작게 보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자부심은 큰 교회이고 공동체입니다.
135년 전, 조선이란 낯설고 먼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려고 오신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선교로 시작됐고 그 첫 선교사님의 순교의 희생이 있는 자랑스러운 교단입니다.
매년 삼일절이나 평신도주일마다 많이 설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수많은 감리교 믿음의 선배들이 몸소 행한 애국애족과 신앙정신이 지금도 살아 있는 교회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가난과 독재시절에도 이 민족의 독립과 아픔을 위해서 힘들고 어려운 백성들의 고난에 함께 동참했던 정말 자랑스러운 감리교회입니다.
멀리 예수님이나 존 웨슬리 신앙전통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우리가 죽은 다음에 천국에서 아펜젤러 선교사님이나 신앙의 선배들을 어떻게 뵐 수 있겠습니까?
아펜젤러 선교사님이 후배 감리교회가 이런 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비난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더이상 감리교회의 모습을 이렇게 부끄럽고 교회의 자부심을 땅에 떨어뜨리면 안됩니다.
우리 시대가 더이상 역사의 죄인, 복음의 죄인이 되면 안됩니다.
이제 막 신학교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아들뻘 되는 신학생 후배들,
이제 막 연회 준회원으로 부푼 꿈을 안고 성직자란 어려운 길을 걷기로 결단한 사랑스런 후배 목회자들,
또 기독교신앙에 처음 입문하고 예수님 믿기로 결심한 새신자들과 성도들에게
여전히 곪고 있고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선배인 우리가, 사람을 살리는 목회를 한다고 하는 우리가 예수님의 복음을 어떻게 말할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안됩니다.
이미 우리 모두가 다 복음이 변질됐고 전염된 상태입니다.
이제라도 다시 성찰하고 회개하고 수술하면 분명 하나님의 회복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직은 실망하고 주저앉아 있기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며, 교단의 지도자들과 어른들의 빠른 결단과 용기있는 수술이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 양천지방 제자교회를 섬기고 있는 임재학 목사 (올립니다.)
(부연 설명)
참고로 저는 1994년에 감리교회 목회를 시작해서 서울남연회에서 준회원 허입을 했습니다.
당시 진급과정은 준5까지 있었기에 진급과정 5년을 다 마치고 서울남연회 정회원이 됐습니다.
준3 때 서초지방에서 목사 안수 받았고, 그 때 함께 안수받은 친한 동기 목사는 현재 서초지방 감리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 양천지방으로 옮겨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양천지방 서기, 회계를 거쳐 지금은 교육부총무로 섬기고 있습니다.
서울남연회 부흥단 활동도 함께 활동했습니다. 부흥단 서기, 회계로도 섬겼습니다.
현재 양천지방에는 서울남연회 감독님도 계십니다. 또 제가 현직 임원으로 섬기고 있어 김재근 감리사님이나 최현규 감독님께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까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태가 발생한 서울남연회 연회원이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감리교회와 성도들에게 더욱 죄송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