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 병에 빠진 목사의 신학적 오류

장병선
  • 2045
  • 2020-05-23 13:48:19
왕초 병에 빠진 목사의 신학적 오류 /박충구

19세기 이전 신학자들은 대부분 조물주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위에서 제국주의자가 되었다. 이 논리에 빠지면 우리 하나님이 최고라는 왕초 병에 걸리고, 이내 스스로 왕초 노릇 하려고 든다.

하지만 20세기에선 왕초 병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종교는 한쪽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신학이 정치, 경제, 인문, 사회, 과학을 지배하려 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파이퍼같은 목사가 하는 말은 사회 구석에 처박혀 있는 집단이나 귀 기울일 말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파이퍼라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보낸 하나님론을 떠벌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세상 창조부터 하나님이 지극히 과학적이라고 말하겠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개념을 지키기 위한 립서비스는 오늘날 독백일 뿐 근본적으로 애매하고 무의미하다.

우리가 하나님을 지배자로 이해하는 한, 하나님은 영원한 타자로 박제화되어 사랑의 하나님도,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에게도 구원은 없다. 하나님을 지배자로 만든 신학은 근원적으로 비인격을 수용해야 하고, 악의 현실을 해명하라는 질문 앞에서 좌초하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님 주권이라는 개념은 인간, 이웃 종교, 역사의 존재 가치를 기독교 안에 무자비하게 집어넣으려는 잔인한 야만성에서 하나님을 해방할 수 없다. 기독교인 대부분 강한 자 편에 서려는 왕초 병에 쉽게 걸리는 이유는 자기 비움을 요구하는 사랑과 자비의 길보다 교회를 통해 욕망을 실현하려는 교회지상주의자가 선호하는 “지배와 복종”이라는 유혹에 빠진 결과다.

이렇게 되면 왕초 병에 걸린 이들은 대부분 현실적인 악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며 악으로 인해 고난을 겪고 있는 피해자를 향해 가학성을 드러낸다. 악을 제거하려는 혁명과 변화, 진보를 향한 사유와 의지는 그래서 불신앙으로 간주되고 억압된다.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성차별 막말을 거룩하게 웃으며 하는 존 파이퍼가 그 하나의 사례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지배자 표상을 옷 입은 하나님 개념을 버려야 한다. 예수는 하나님을 포악한 지배자로 이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나님과 자신을 주종 관계가 아닌 하나로 여겼다. 하나님과 예수 사이에 민주적이며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었듯이 예수는 우리를 향해서도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벗이라 부르겠다며 평등한 인격적 관계를 요구했다.

복음주의자란 호칭이 파이퍼같은 이에게 주어진다면, 그 말의 뜻은 하나님 주권을 빙자하며 가학적 지복주의자로 사는 이를 이르는 말이다. 이런 이들이 전하는 복음은 파시즘에 오염된 복음이라서 신도들에게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정신병에 가까운 맹신에 빠지게 만든다.

추종자가 많은 대형교회 목사의 입과 파이퍼의 입에서 같은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둘 다 왕초 병 환자들이다. 그들의 하나님은 잔인하고, 무서워서 초월적이고, 우리 인간은 자식이 진도 앞바다에서 속수무책 죽어가도 다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고 행복하게 믿어야 한다. 이런 하나님이라면 예수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마약을 한 것처럼 권력에 취한 목사들의 흰소리에 귀 기울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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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목회자만 왕초병에 걸린 것 같지는 않다.
제자들을 '형제'나 '친구'로 여기신 예수님과는 격이 다르게 교인들과 목회자 자신을 주종관계로 설정하고,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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