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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종말)을 기억하라!
임재학
- 1897
- 2020-06-02 08:27:18
한스 홀바인은 헨리 8세의 궁정화가입니다
'대사들' 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당시 영국에 업무차 왔던
프랑스 외교관과 대주교를 그린 전시초상화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 그림엔 당대 최신의 과학기구들이 보입니다.
나침반, 천구의, 해시계, 지구본, 류트악기, 찬송가 등이 보입니다.
그는 왕실 전속화가로서 초상화의 대가이며, 이 '대사들' 외에 에라스무스의 초상화, 헨리8세와 그가 그린 왕비들의 초상화도 유명합니다. 그는 또한 세밀한 붓터치로도 유명합니다.
그림을 확대해서 살펴 보면
옷 한올 한올은 말할 것도 없고 양탄자무늬와 지구본까지 어떻게 이렇게 그렸나 싶을 정도입니다.
펼쳐진 찬송가 가사도 루터파의 곡으로 신구교의 화해를 원한 한스 홀바인의 생각이 엿보입니다.
알면 알수록 보이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초록색 커튼 가운데에 희미하게 보이는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의 최고 반전은
대사들 앞에 있는 반사경에 비쳐진 이그러진 해골 모습입니다.
화려한 옷이 상징하듯 최고의 권세를 가진 대사들의 모습과
희미한 녹색 커튼의 십자가와 이그러진 해골.
이 3가지 구도를 통해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대사이지만 화가 홀바인은
그에게, 헨리 8세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경고하는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종말) 기억하라!"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고대 이후 지혜자들은
너의 죽음을 생각하라(메멘토 모리)를 강조하고 기억 했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 제국을 유지했고 서양문화를 포맷한 로마.
그 로마의 전쟁 영웅들이 승리하고 돌아오면 개선장군의 퍼레이드를 화려하게 합니다.
그 때 원로원이나 호민관, 집정관 누구도 개선장군의 기세 앞에서 숨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쟁영웅이 탄 개선 마차 뒤에서 노예가 계속해서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의)죽음을 기억하라!" 입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권력 앞에
인간의 탐욕과 절제, 도덕심과 염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권력의 정점 위에 서 있는 개선장군에게 이 말을 강조하면서
너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 (쇠퇴하고 내려갈 존재)이니 너무 교만하지 말 것을,
또 혹시라도 다른 맘을 가지고 루비콩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한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을 보면 중세 때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초대교회는 금과 은은 없었지만 나사렛 예수의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교회는 화려해지고 금과 은은 가졌지만
예수의 능력 (생명)을 잃어 버렸다. 아니 예수님을 잃어 버렸다"
비단 오늘 한국교회 뿐 아니라
우리 감리교단이 다시 새겨 들어야 할 귀중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