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장광호
  • 3547
  • 2020-06-04 16:27:19
전*구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지금은 이 글이 잠시 목사님을 힘들게 할 수도 있겠지만 먼 훗날 뒤돌아보는 시간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그 순간에도 함께 하셨구나 하는 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누구든 이길 싸움을 해야 합니다.

아흔아홉번 지다가도 한번만 이기면 끝나는 싸움이 있습니다.

아흔아홉번을 이기다가도 한번만 지면 끝나는 싸움도 있습니다.

전목사님은 백번을 이기다가도 마지막 한번만 지면 끝나는 고된 싸움을 하고 계시지만

저와 함께 외치는 이들은 수백번을 지다가도 마지막 한번만 이기면 되는 이미 이긴 싸움에 편승했습니다.

참으로 피곤한 전쟁이고 결국 지게 될 싸움을 하고 계신 목사님을 본의 아니게 지켜봐야 하는 우리 모두는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택하신 것이 결정적 패인임을 인정하시고 이제 손을 놓을 때입니다.

누구나가 다 아는 평범한 진리인데도 내게 적용될 때에는 아닌 것 같아서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잘못이 시작된 그 출발지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진리는 만고불변입니다.

권세있는 자나 없는 자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진리라 이름합니다.

목사님께서 지금 찾아야할 해답은 이번 사태의 발생지점에서 단 1인치도 벗어나지 않은 바로 그 현장에서만 찾아집니다.

돈으로도 권세로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긴긴 세월로 덮으려해도 덮혀지지 않습니다.

그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기 전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덮고 묻으려 하는 그 어떤 진실도 끝까지 덮이는 법은 없습니다. 오직 사죄와 용서를 먹을 때만 제 자리에 좌정하게 됩니다.

이 사태의 처리과정 때문에 평소 잘 보지도 않는 교리와 장정의 재판 과정을 잠시 살펴 보았습니다.

평소 제 관심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복잡하기만 하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서 대충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제게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는데, 법은 사람을 함부로 죄인으로 만들 수 없도록 다양한 장치를 해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원고와 피고에게 거듭 상호변론 기회를 보장하고 있기에
죄없는 자를 죄있다고도 할 수 없고,
죄있는 자를 죄없다고도 할 수없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법꾸라지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잘도 피해나갈 길을 찾겠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합니다.

아무리 출중한 법꾸라지들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도망 못가게 하는 단순한 힘 때문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받게 하고,
공을 세웠으면 상을 주게 하는 진실의 힘.

그 진실은 정직하기 때문에 최고의 힘을 가집니다.

그 어떤 접촉이든 흔적은 반드시 남습니다.
감쪽같이 지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안됩니다.
죄에 대한 것이라면 만지면 만질수록 범죄의 횟수만을 더 엎어갈 뿐입니다.

허술한 세상의 법망을 피할 수는 있어도 하늘의 법망까지는 결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피해자들과의 합의로 그 입을 막았다 해도 안 되는 이유는 또 다른 증인 하늘과 땅이 입을 벌리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에게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십년 이상씩이나 계속해서 이 문제가 따라 다닙니다.

왜 그럴까요?

목사님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이 십년 이상이나, 또 옮겨다니는 자리마다 다 따라 다닐까요?

세습시키지 못해 원통한 전임자의 끈질긴 탐욕 때문일까요?

저는 달리 봅니다.

풀리지 않는 누군가의 원통함이 따라 다니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 원통함에는 짓밟힌 여러 인생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고
그 비통한 신음소리가 하나님의 귀를 흔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원통함은 신원되지 않고는 결코 해소될 수 없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이 원통함과 싸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평생 싸우고 또 싸워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목회하기전 가졌던 직업 때문에 알게 된 점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지금은 내 측근이라서, 공동운명체라서, 순장조라서 충성을 다할 것 같지만 제 이익에 반하는 결정적 순간이 오면 그들의 발걸음은 순식간에 제 살 길로 바뀌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들도 목사님이나 저처럼 똑같이 연약한 인간이기에 그럴 것이고 아마도 가장 크게 믿는 자가 제일 크게 배신할 것입니다.

그 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수님도 당하셨던 것이고, 어느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이제 생이별해야 될
막바지에 이르렀다고는 생각지 않으신지요?

배신의 참맛을 느끼기 전에
스스로 놓는 것이 훨씬더 건강에 이로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목사님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일 지 모르지만 저들은 개교회와 공교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의 총대를 맨 것입니다.


또 저도 한 때 부하들을 거느렸던 경험 때문에 하나 더 드리는 말씀입니다.

내 죄를 덮기 위해 그동안 사랑하고 충성했던 이들을 희생시키는 우까지 범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최고 재벌이 지금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 제일 안타까운 점은 저 살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 그동안 헌신하고 충성한 사람들을 모두 다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진짜 싸나이이고 리더라면 '다 내가 안고 갈테니 내 부하들만은 살려주라' 라고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과연 그렇게 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목사님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내 잘못 때문에 궁지로 몰아넣었는지와 지금까지도 넣고 있는 건 아닌지를 냉정하게 돌아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만약 있다면 이제는 그들을 가만히 놓아주시고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셔야만 할 때 같아 보입니다.

썸네일로 올린 사진은 우리 기독교가 지금 받고 있는 성적표인데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저나 목사님이나 이 글을 읽는 우리 감리교회 교인들 모두가 함께 받은 실력이지 너 때문에 받은 것이고 나만은 아니라고 발뺌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똑같은 죄인일 뿐이고 사람 앞에 사과하고 하나님께 회개할 때 비로소 의인되는 존재가 된다는 내용의 설교에는 최고의 달인이 아니십니까?

이제는 이를 몸으로 보여주는 결단의 시간만 남은 것 같아보이기에 이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또 생각보다도 더 많은 분들이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그나마 한 때 같은 연회원으로서 함께 했었던 정리가 있기에 드리는 마지막 조언이자 공개편지 입니다.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6. 4.
서울남연회 순종교회 장광호 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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