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경남
  • 215
  • 2025-08-14 22:11:06
한 달

매월마다
백수가 앞이신 노모에게
생활비를 드린다
올해가 25년 째
연말까지 하면 3억을 채우는데
그럼 쬐금은 효도를 한걸까?
다음 몸이 아픈 조카에게 치료비를 보낸다
15년이 넘었으니
한 5000은 될 듯싶다
그러다보니 나는 아직 자가용이 없다
대신 아내의 낡고 작은 승용차를 빌려 탄다
그 다음으로 하는 것이
손자 장학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며늘아기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시작했으니
2년 반쯤 되었을 거다
내가 안 쓰고 안 먹고
손자를 위해 돈을 모으다 보니
내 마음이 떳떳하다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는 일이다
너무 적어 늘 미안하지만
아내는 용케도
불평 없이 살림을 꾸려 간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내년 봄이면 은퇴를 해야 하고
그래 어디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라고
주택 자금을 또 주어야 한다
내가 받는 봉급 외에도
국가 유공자 보훈 연금이나
기초 연금이 나오지만
이건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몽땅 주택 자금으로 나가고 만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챙기다 보면
어느 새 한 달이 훌쩍 가고
이런 일을 반복하며 한 해가 간다
한 가정의
장남이라는 것이
남편이라는 것이
아버지와 삼촌이라는 것이
할아버지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이더라
가끔 이 모든 짐을 훌훌 벗어 던질까 하다 가도
피곤에 지쳐 잠든 아내를 보면
생각이 달리진다
아내가 저렇게
나를 위해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다
다 닳아 쇠약해졌는데
남편이란 놈이 끝까지 제 자리를 지키는 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는가?

2025.8.14.목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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